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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봄날의 시 모음> 최윤진의 '봄' 외 2014. 3. 13. 10:40 수정

쪽마 2022. 10. 19. 22:56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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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런건 왜 블로그에 적고있었지?
저작권에 안걸리나??

<봄날의 시 모음> 최윤진의 '봄' 외 

+ 봄

문빈정사
섬돌 위에
눈빛 맑은 스님의
털신 한 켤레

어느 날
새의 깃털처럼
하얀 고무신으로 바뀌었네
(최윤진·시인, 1955-)


+ 봄 

기다리지 않아도 오고 
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. 
어디 뻘밭 구석이거나 
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 
한눈 좀 팔고, 싸움도 한 판 하고, 
지쳐 나자빠져 있다가 
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 
흔들어 깨우면 
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. 
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. 
너를 보면 눈부셔 
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. 
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 
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. 
가까스로 두 팔 벌려 껴안아 보는 
너, 먼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.
(이성부·시인, 1942-) 


+ 봄은 온다

봄은 온다
서러워 마라
겨울은
봄을 위하여 있는 것

잿빛으로 젖어있던
야윈 나뭇가지 사이로
수줍게 피어나는
따순 햇살을 보아

봄은 우리들
마음 안에 있는 것
불러주지 않으면
오지 않는 것이야

사랑은 저절로
자라지 않는 것
인내하며 가꾸어야
꽃이 되는 것이야

차디차게 얼어버린
가슴이라면
찾아보아 남몰래
움트며 설레는 봄을

키워보아 그
조그맣고 조그만 싹을  
(홍수희·시인) 


+ 봄맞이꽃 

추운 겨울이 있어 꽃은 더 아름답게 피고 
줄기가 솔잎처럼 가늘어도 꽃을 피울 수 있다며 
작은 꽃을 나지막하게라도 피우면 
세상은 또 별처럼 반짝거릴 것이라며 
많다고 가치 있는 것이 아니며 
높다고 귀한 것은 더욱 아닐 것이라며 
나로 인하여 누군가 한 사람이 
봄을 화사하게 맞이할 수 있다면 
어디에서고 사는 보람이 아니겠느냐고 
귀여운 꽃으로 말하는 봄맞이꽃 
고독해도 고립되어서는 안 된다며 
풍부한 삶을 바라기보다 
풍요를 누리는 봄맞이꽃처럼 살고 싶다
(김윤현·시인, 1955-)


+ 꽃 피는 것 기특해라

봄이 와 햇빛 속에 꽃 피는 것 
기특해라.

꽃나무에 붉고 흰 꽃 피는 것 
기특해라.

눈에 삼삼 어리어 
물가로 가면은
가슴에도 수부룩히 드리우노니

봄날에 꽃 피는 것 
기특하여라. 
(서정주·시인, 1915-2000)


+ 새봄에는

새봄에는 녹두 빛 하늘을 이고
시린 잎샘일랑 주섬주섬 걷어올리고
부드러운 아지랑이만 몸에 걸친 채
한적한 산골을 발이 부르트도록 걸어 볼 것이다

그곳에는 지쳐버린 시간의 각질을 뚫고
새파란 기억의 우듬지가 이슬을 머금고
삐죽삐죽 솟아오르는 여린 풀밭이 있다
새봄에 부활하는 나의 가슴이 있다
(정성윤·시인) 


+ 봄바람처럼 부드러워라

나무처럼 높이 걸어라. 
산처럼 강하게 살아라. 
봄바람처럼 부드러워라. 
네 심장에 여름날의 온기를 간직해라. 
그러면 위대한 혼이 언제나 너와 함께 있으리라. 
(아메리카 인디언의 노래)


+ 봄병 도지다 

봄은 스스로 솟아올라 튀어오르고
꽃들은 단호하게 천지를 밝히는데
한잔 술로 속을 달구고 불을 질러도
어째서 세상은 대책 없이 쓸쓸한가
(홍해리·시인, 1942-)


+ 봄이다

하나님의 수레바퀴는 
천천히 도는 것 같아도 
앞질러 역사를 열어가고 

소리 없이 돌아가도 
천지를 뒤바꾸어 놓습니다. 
언 강을 녹이고 
푸른 하늘에서 새가 노래하고 
고목에서도 새싹을 돋게 하고 
산야엔 꽃들이 흐드러져 피게 합니다. 

부산스런 손발을 멈추어 세우고 
깊고 긴 숨 속에서 
이 봄을 보십시오.

하나님의 수레 
굴러가는 소리 없는 
소리를 들어보십시오.

인생도 새 봄으로 
개벽할 것입니다.
(이주연·목사) 


+ 봄날의 기도

겨우내 쌓였던 잔설(殘雪) 녹아
졸졸 시냇물 흐르듯
지난날의 모든 미움과 설움
사르르 녹게 하소서

살랑살랑 불어오는
따스운 봄바람에
꽁꽁 닫혔던 마음의 창
스르르 열리게 하소서

꽃눈 틔우는 실가지처럼
이 여린 가슴에도 
연초록 사랑의 새순 하나
새록새록 돋게 하소서

창가에 맴도는
보드랍고 고운 햇살같이
내 마음도 그렇게
순하고 곱게 하소서

저 높푸른 하늘 향해
나의 아직은 키 작은 영혼
사뿐히
까치발 하게 하소서
(정연복·시인, 1957-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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